■ 어쩌다 티스토리를 개설하게 되었을까 : 야후!꾸러기 홈피 시절의 추억
혹시, 옛날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운영했던 '야후(Yahoo!)'라는 포털 사이트를 아시나요?
한때 세계 최강자라 불려도 손색없는 포털 사이트였던 야후는 2012년을 끝으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야후가 한국에서 서비스하던 당시, 지금의 쥬니어 네이버처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던 포털 사이트가 있었는데, 이름하여 '야후!꾸러기'입니다. 그래서 왜 이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이 야후 꾸러기라는 사이트가 제가 지금에 이르러 티스토리를 개설하는 데에 단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카이브 사이트에 남아있는 야후 꾸러기의 모습입니다. 위 사진은 2008년도 당시의 모습인데요, 어린 날의 저는 정말 다양한 메뉴들에 흠뻑 빠져 지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열심히 즐겼던 것이 있다면 바로 홈피였습니다. 당시 야후 꾸러기 홈피에서는 글을 쓸 때 아이템을 사용해서 플래시처럼 움직이는 이미지를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포토샵은커녕 그림판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던 어린 시절의 저에게, 예쁜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홈피는 그야말로 상상의 나래를 모두 펼칠 수 있는 낙원이었죠.
게다가 홈피에는 MMORPG 게임의 업적 시스템과 유사한 행운 아이템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였는데요, 일정 조건을 충족할 때 얻을 수 있는 이 아이템들을 다른 홈피에서 볼 때면 늘 부럽곤 했습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 때문일까요, 어린 날의 저는 더욱더 홈피 꾸미기에 몰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과연 저는 오랫동안 열과 성을 다해 꾸몄던 홈피에 행운 아이템을 걸어둘 수 있었을까요?
정답은 '걸어둘 수 있었다.' 입니다. 물론 모든 행운 아이템을 수집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으나, 늘 꿈꾸던 저 마이크 모양의 행운 아이템은 결국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 모양의 행운 아이템은 제 홈피의 게시글이 '인기 게시글'로 뽑혀야만 얻을 수 있었던 것인데, 어린 날의 저는 제가 저 아이템을 끝내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갑작스레 수많은 사람이 홈피에 방문하고 홈피 메인 페이지에 제 게시글이 올라온 걸 확인 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불특정 다수에게 제 글이 그토록 널리 읽힌 건 그때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글짓기 대회에서도 심사위원을 제외하면 수상작을 찾아보는 사람들은 드물 텐데, 홈피의 게시글은 못 해도 천 명 이상은 보았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당시의 저는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한 번 인기 게시글에 뽑히고 나니 소위 말해 혈이 뚫렸다고나 할까요. 그 뒤로도 몇 번 더 인기 게시글에 뽑혔지만 기분이 좋기는 해도, 처음 만큼의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때쯤부터 학업에 몰두하며 서서히 홈피는 제 일상에서 사라져갔고, 결국 야후 꾸러기가 서비스 종료를 할 때까지 저는 홈피를 다시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날에 너무나도 열심히 홈피를 꾸며서인지, 아니면 많은 친구 없이 조용한 학창 시절을 보내서인지(아마도 후자겠지만...), 그 이후 등장한 싸이월드 미니홈피, 네이버 블로그, 다음 티스토리 등 홈피와 유사한 플랫폼들에도 딱히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내오던 저는 그동안 야후 꾸러기 홈피를 완전히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야후 꾸러기 홈피가 단초가 되어 티스토리를 개설했냐고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아카이브 사이트 중 하나인 'Wayback Machine(https://web.archive.org)'을 알게 되었습니다. 옛날에 사라진 사이트들을 이용해 볼 수 있다는 말에 그저 재밌겠다 싶어, 별 기대 없이 아카이브 사이트에 제 홈피 주소를 입력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사이트에는 제 홈피의 옛날 모습이 남아있었습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미니 홈피의 사진이 바로 제가 그렇게 검색하여 마주하게 된 저의 홈피 모습입니다.
사용했던 이미지들은 대부분 깨져버리고, 예쁘게 꾸며놨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추억 속의 홈피를 마주하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옛 추억이 새록새록 올라오고, 사이버 세상에 저만의 공간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게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리곤 불현듯,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죠.
'나도 블로그를 만들어 볼까?'
결심으로부터 실행까지 이런저런 고민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끝없이 새어 나오는 고민을 하나둘 적당히 정리하니 어느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분과 만나게 되는 첫 글이다 보니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티스토리를 개설하게 된 계기를 가볍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고민한 부분을 여러분께 소개하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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